_박경숙 지음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_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 중
어떻게 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누구나 이런 질문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답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행동할 때 삶은 희망하는 대로 진행된다. 그래서 우리는 행동하고자 한다. 하지만 행동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단지 게으르거나 성공에 무관심해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성공에 관심이 많고, 때로는 매우 부지런히 뭔가를 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바와 거리가 멀거나, 행동하기를 무한정 미루며 늘 한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중 한 명이었다.
무기력은 단순히 건강이 나빠졌다거나 피로가 누적될 때 나타나는 신체적인 기력 없음과는 다르다. 심리적 무기력은 '기력 없음'이 아니라 '의욕 없음'이다. 즉, 해야 할 일을 하게끔 이끄는 의욕이 상실된 상태이다. 무의식중에 배워버린 무기력은 모든 일에 악영향을 미쳐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 그래서 성공을 향한 길을 스스로 막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무기력은 우리의 인생을 퇴보하게 하는 마음의 독소라 할 수 있다.
게으름은 내부에서 생겨나며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인 반면, 무기력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유기체를 반대하는 자극 때문에 의식과 무의식에 남게된, 행위하지 않으려고 하는 힘이다. 따라서 무기력이 게으름보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하고 극복하기도 더 어렵다. 또 게으름의 모습은 외부에 쉽게 드러나지만 무기력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무기력한 사람 중에는 겉으로는 부지런하게 보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정말로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쉬운 일이거나 중요한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엉뚱한 시간을 보내는 예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를 속이는 셈이 된다. 그래서 무기력을 '은밀히 속이며 인생의 발목을 잡는 강력한 방해자'라고도 부를 수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해도 안 될 것이라는 생각부터 들지는 않는가?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을 정도로 불안한데 다시 해보려고 힘을 내봐도 곧 기력이 떨어지고 의욕을 잃지 않는가?
'하고 싶으나 에너지가 바닥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스스로의 힘으로 처지를 바꿀 수 없는 상황',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 무기력helplessness이라 한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자신과 평화롭게 지내려면, 음악가는 음악을 만들고 미술가는 그림을 그리고, 시인은 시를 써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답은 하루를 승리로 이끄는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이끌어가는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하루가 쌓여 일생이 되는 것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인생을 살려면 하루하루를 승리로 장식해야 한다. 매일매일 승부를 걸어 내가 이긴 날이 많을 때 인생에서 승리할 수 있다.
자신의 능력과 에너지를 집중해 꿈을 이루고 삶을 예술로 만들고 싶지만 몸과 정신이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원하는 '그것'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강박증 환자처럼 계속 그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은 정리되지 않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이것저것 손만 대고 끝나는 일이 많아진다.
중요한 일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부수적인 데 쓰는 이들도 사실은 무기력한 사람이다. 할 일을 못하는 것도 무기력이지만, 집중해야 할 일 대신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도 무기력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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