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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Writing

물건을 잃어버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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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여행을 다녀왔다.

무탈하게 깔끔히 일정이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온 저녁, 신용카드를 찾다가 분신과도 같은 손가방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기억을 되짚어 가니.. 아무래도 돌아오는 시외(좌석) 버스에 두고 내린 것 같다. 새벽비행으로 심신이 고단했고 한적한 시외버스 맨 뒷좌석에서 엔진음의 리듬과 함께 잠들었다가 목적지에 도착해서 부랴부랴 내리는 바람에 백팩은 챙겼는데.. 크로스백을 두고 내린 듯했다. 정확하지 않다. 크로스백을 들고 탔는지.. 그전에 백팩에다가 집어넣은 건 아닌지.

 

가방에 뭐가 들어 있는지 떠올려 본다.

신용카드 2장(Visa, Master), 체크카드 1장(현지 현금인출용), 현금 7만원, 안약, 귀마개, 스포츠타월 1...  뒤늦게 생각난 여권.

 

카드 분실신고부터 했다. 다행히 그사이 사용내역은 없었다.

"이런! 여권, 10년짜리 새로 만든지 6개월도 안 됐는데.."

 

크로스백은 오래된 것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2014년이나 2015년 일본 갈 때 인터넷면세점에서 사서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카드는 재발급받으면 되고, 현금 7만 원은 괜히 들고 갔다가 그대로 가져왔다. 그냥 환율이 나빠도 바꿔 써버릴걸 그랬다. 후회는 언제나 한발 늦다. 그나마 안약이나 귀마개, 타월은 별 의미 없다.

여권이 신경 쓰인다. 여권 분실/재발급 등을 검색해 본다. 예전에 발급한 10년짜리 녹색 여권은 오래 잘 쓰고 지금도 서랍에 추억으로 보관하고 있는데, 신형 파란색 여권은 6개월 만에 분실이라니. 녹색보다 신형의 짙은 청색이 더 세련되고 깔끔해 보여 마음에 들었다.

 

물건을 잃어버린다는 건 슬픈 일이다.

마음을 쓰지 않으려 노력해 보지만 어쩔 수 없다. 모든 것은 '인연따라 왔다가 인연이 다하면 흩어진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속상하다.

 

 

다음날 아침, 해당 버스회사에 연락을 해 본다.

OO여객이라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다. 출발 전 차장 넘어 건너편 유리에 비친 버스의 옆태를 보는데 OO여객이라는 버스회사의 이름에 받침하나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있다.

 

"어떤 가방이죠?"

"아, 예.. 검은색 손가방인데 가로/세로 25cm 정도? 안에 남색 여권이 들어있습니다."

"잠시만요"

"가방을 한번 열어봐도 될까요?"

"네, 여권에 제 이름이 OOO입니다."

"맞는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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