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나갔다가... 4월부터.. 자주 보던... 기둥을 타고 올라간.. 덩굴.. 푸른 잎사귀.... 오늘 11월 1일.. 무심코.. 시선이 그쪽으로 닿았는데...
이미... 전부.. 갈색으로 변해서.. 말라가고 있었다.. 아니 거의 말라버렸다. 만지면 아마.. 바스락.. 하고.. 부서질 것처럼 보였다.
어떤 것은.. 내 생각이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변해간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도... 어떤 것들은 빠르게 퇴화하고.. 소멸의 길로 접어든다.
동네 할머니가 있다. 아마도.. 내 첫기억은.. 우리 집에서 (어린이의) 도보로 약 15분쯤 걸리는 위치에 그 할머니가 분식집을 운영했는데... 부모님의 심부름으로 순대를 사러 갔던.. 기억이 난다.
오전에 만났다.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그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우리 어머니와 친분이 깊다. 대략 85~88세 정도의 연세로.. 치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바 있다.
"누나 어디갔노??"
"예? 누나요?"
"누나가 올 때 된 거 같은데..."
손짓 발짓을 하며.. 알 수 없는 표현을 하셨다. 시선도.. 정확히 나를 향하고는 있지만.. 동공이 머나먼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누나가 아직 안 왔다고..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할머니는 총총걸음으로.. 조금은 다급해 보이는.. 몸짓으로.. 지팡이를 짚으며.. 멀어져 갔다.
나는 누나가 없다. 누구를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저 할머니를 처음 알게 된 것이.. 30년쯤 전에.. 10살 무렵이었지..
그때는.. 아주머니도 젊었는데..
세월은 무심하고 빠르게 흘러간다.
모든 것은 변한다.
애석하지만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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