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온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건 아니고
은은한 소리와 함께 땅을 적시는...
날씨가 사람의 기분에 영향을 준다.
또는 기분이 날씨에 투영되는 것 같기도 하다.
비 오는 날을 싫어했다.
'비' 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는 비 내리는 상황이 마음을 불편케 했다고 표현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첫째, 습한 느낌
남아 있음.. 흔적을 남김..
습한 기운은 아무래도 개운치 못한 기분을 준다.
비 오는 날은.. 같은 동네 사는 은지아빠가.. 가끔 학교까지 태워줬는데..
차창 유리에 김이 서렸다.
창이 뿌옇게 되면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곰발바닥을 만들어도 보고
차량은 에어컨이 없었다, 과거에는 승용차 에어컨이 옵션인 경우가 많았다.
습기는 늘 비와 함께였다.
둘째, 신경 쓸 게 많다.
책가방, 실내화 말고도 우산, 장화, 우비.. 챙겨야 할 물건들이 늘어난다.
쓰고 잘 챙겼다가 다시 집으로 가져오고
잃어버리면 안되고
추적추적.. 이걸 또 말려야 하고(직접 말린 적은 없는 것 같다)
실내화 가방을 들고 우산도 들고 준비물도 사야 하면.. 손이 부족했다.
빗방울이 목덜미나 어깨 위로 떨어지는 순간, 차가운 감각도 비가 주는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다.
셋째, 축구를 못한다
학교 가는 이유가 대부분 친구들과 축구하기 위해서였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초/중/고
거의 매일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친구들과 공을 찼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빗소리가 들리면 "오늘은 축구 못하네"
실망했던 기억이 자주 있다.
성인이 된 후에도
1. 비가 오면 차가 막힌다.
2. 우산을 챙겨야만 한다.
3. 빨래를 햇빛에 말릴 수 없다.
4. 나이가 더 들면 온몸이 아프다는데
5. 풋살은 취소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1. 비 오는 날 만의 감성이 있다.
2. 특유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도... 감상에 잠기기 좋다.
3. 술맛이 괜찮다. 밀가루 음식과의 궁합이 좋다.
4. 미세먼지가 좀 덜하다.
5.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뿐 전부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