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뭐라도 배워보자 싶어 ‘커피 바리스타’ 과정에 등록했다.
오늘이 첫날이다.
50분 전에 도착했다. 학원 건물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다.
국비지원과정을 진행하는 학원이 대부분 그러하듯 오래된 건물이다. 내부의 시설과 집기 등도 구식에 좀 낡았다는 인상을 준다.
등록결제를 하고 강의실을 안내받아 가장 먼저 자리를 잡는다. 협소하다. 의자 개수를 보니 총 12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다.
시간이 가까워오고 수강생이 하나 둘 들어와 앉는다. 일단 4명의 아주머니가 자리를 채웠다.
아무래도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공간이 협소해 작은 목소리의 대화도 모든 내용이 너무 정확하게 들린다. 아주머니들은 말이 많다. 특유의 친화력이 부럽다.
나에게 말을 걸 것 같다. 앞으로 한달 동안 이 좁은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한다는 사실에 약간의 현기증을 느낀다.
수업 시작이 10분 정도 남은 상황. 빨리 결정을 해야만 한다.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가방을 들고 가능한 자연스럽게 일어선다.
아주머니들이 계신 쪽을 보지 않으려 노력해보지만, “안녕하세요?”라고 한 분이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살짝 미소와 함께 목례를 취해보지만, “어디 가세요?”.. “아, 예.. 잠시 화장실 ...”
“아~ 우리가 너무 떠들었나? 호호”
아주머니들의 자연스러운 대화였고, 한 분은 뭔가 특유의 교양있는 말투와 단어, 억양을 사용했다. 거슬리지 않았다.
단지.. 그 좁은 공간.. 매일 가까이 대면 해야만 하는 구조...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고.. 대답을 해야 하고..
코로나 이전부터 대면을 선호하지 않았다. 둔감훈련의 일종이라 마음먹고 참고 좀 다녀봐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다.
낙후된 시설과 좁은 공간은 참을 수 있지만 사람들과의 대면 접촉.. 대화 및 교류 등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등록한 접수대로 돌아와서 과정취소, 환불을 받고 학원을 나선다.
왜냐고 묻지 않았다. 접수직원도 내가 뭔가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청국장 냄새가 가득했다. 요리학원도 함께 운영되고 있어 .. 오늘의 수업이 된장찌개나 청국장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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