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수필 수필은 청자靑瓷 연적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 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청춘의 글은 아니요, 서른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며, 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 수필은 흥미를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散策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수필은 한가하면서도 나태하지 아니하고, 속박을 벗어나고서도 산만散漫하지 않으며, 찬란하지 않고 우아優雅하며 날카롭지 않으나 산뜻한 문학이다. 수필은 독백獨白이다. 균형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破格이 수필인가 한다. _피천득 「인연」 중에서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