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역설
늘 제기되는 한 가지 문제는 여행에 대한 기대와 그 현실 사이의 관계이다. 나는 1884년에 출간된 J.K. 위스망스의 소설 「거꾸로」를 발견했다. 이 작품의 퇴폐적이고 염세적인 주인공인 귀족 데제생트 공작은 런던 여행을 기대하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장소를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그곳에 도착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 사이의 차이에 대해서 매우 염세적인 분석을 내놓는다.
위스망스는 데제생트 공작이 파리 교외의 드넓은 별장에서 혼자 산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추하고 어리석은 모습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 좀처럼 나다니는 법이 없다. 젊은 시절의 어느 날 오후 그는 과감하게 몇 시간동안 근처 시골 마을에 나가본 적이 있었는데, 그로 인해서 사람들에 대한 혐오는 강해졌다. 이후로 그는 서재의 침대에서 홀로 지내며, 고전 문헌들을 섭렵하고 인간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반죽했다. 그러나 어느날 이른 아침 런던을 여행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치솟는 바람에 스스로도 놀라게 된다. 그런 욕망은 난롯가에 앉아 디킨스를 읽고 있을 때 찾아왔다. 그 책을 읽자 영국인의 삶의 모습들이 떠올랐으며, 한참 그 생각을 하다 보니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들뜬 마음을 억누를 수 없어 하인들에게 짐을 꾸리라고 명령하고, 회색 트위드 양복, 레이스가 달린 앵클 부츠, 작은 중산모, 파란 바탕에 담황색이 섞인 소매 대신에 케이프가 달린 외투 차림으로 다음 기차에 올라타 파리로 갔다. 런던으로 출발하기 전에 시간이 좀 남았기 때문에 그는 리볼리 거리에 있는 갈리냐니 영어 책방에 들려 베데커의 「런던 안내」를 한 권 샀다. 데제생트는 그 책에 간결하게 묘사된 런던의 볼거리를 읽으며 달콤한 백일몽에 빠져들었다. 이어 그는 영국인 단골들이 즐겨 찾는 근처의 포도주 주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점의 분위기는 디킨스의 소설에 나온 그대로였다. 그는 리틀 도릿, 도라 커퍼필드, 톰 핀의 누이 루스가 주점 안과 비슷한 아늑하고 밝은 방에 앉아 있는 장면들을 생각했다. 한 손님은 워크필드 씨처럼 머리가 하얗고 혈색이 불그레했으며, 기기에 털킹흔 씨의 날카롭고 표정 없는 이목구비와 냉혹한 눈길을 갖추고 있었다.
배가 고파진 데제생트는 암스테르담 거리의 가르 생 라자르 근처에 있는 영국 선술집으로 갔다. 안은 어두침침하고 연기가 가득했다. 바이올린 같은 갈색의 햄과 붉은 납 색깔의 갯가재가 널려 있는 카운터를 다라 맥주 펌프 손잡이가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작은 나무 탁자에는 건강해 보이는 영국 여자들이 앉아 있었다. 그녀들의 얼굴은 소년 같은 느낌을 주었으며, 치아는 팔레트 나이프처럼 컸고, 뺨은 사과처럼 붉었으며, 손과 발은 컸다. 데제생트는 빈 탁자 하나를 발견하고 쇠고리 수프, 훈제 대구, 구운 쇠고기와 감자, 맥주 2파인트, 스틸턴 치즈 한 덩어리를 주문했다.
그러나 기차 시간이 다가오면서, 그와 더불어 런던에 대한 꿈이 현실로 바뀔 시간이 다가오면서, 데제생트는 권태에 사로잡혔다. 실제로 여행을 하면 얼마나 피곤할까. 역까지 달려가야 하고, 짐꾼을 차지하려고 다투어야 하고, 기차에 올라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침대에 누워야 하고, 줄을 서야 하고, 약한 몸에 추위를 느껴가며 베데커가 그렇게 간결하게 묘사한 볼거리들을 찾아 움직여야 하고...... 그렇게 그의 꿈은 더럽혀졌다. "의자에 앉아서도 아주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데 구태여 직접 다닐 필요가 뭐가 있는가? 런던의 냄새, 날씨, 시민, 음식, 심지어 나이프와 포크까지 다 주위에 있으니, 나는 이미 런던에 와 있는 것 아닌가? 거기 가서 새로운 실망감 외에 무엇을 발견할 수 있단 말인가?" 데제생트는 탁자에 앉은 채 생각했다. "나의 유순한 상상력이 알아서 가져다 바치는 광경들을 거부하고 늙은 멍텅구리들처럼 해외여행이 필요하고, 재미있고, 유용할 것이라고 믿다니, 내 정신이 잠시 착란을 일으켰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데제생트는 계산을 하고 선술집을 떠나, 트렁크, 짐 보따리, 대형 여행 가방, 바닥깔개, 우산, 지팡이와 더불어 그의 별장으로 돌아가는 첫 기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집을 떠나지 않았다.
_알랭드보통 「여행의 기술」중에서
여행의 목적을 생각해 본다. 안 가봤으니까. 가깝고 쉽게 접근하기 좋은데가 일본이니까. 누군가 함께 가자고 하니까.
올해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다녀왔다. 처음 경험하는 두 나라였다. 안 가봤으니까. 동남아는 처음이라 궁금했으니까.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11월, 일본여행을 갈 기회가 생겼는데.. 가까운 후쿠오카가 먼저 떠올랐다. 대략 5~6번 정도는 가본 곳이다. 눈을 돌려 오사카를 검색해 본다. '가을 교토'에 대한 로망이 있었더랬지.
오사카는 한 번 가봤다. 교토는 안가봤으니까.
여행은 설렘과 즐거움, 흥미, 새로움 등을 주지마는 반대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실감케 하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여행지를 향해 비행기가 출발할 때가 최고로 기분 좋다고' 한다. 또는, 출발 전까지 준비하고 기대하는 것에서 여행의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어떤 여행은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기대와 달리 현실은 예상과 다르거나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여행이 별로.. 가기 싫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