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P의 삶

짜장면 땡기는 날

yeminem 2023. 8. 3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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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xabay

짜장면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 생각난다.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인가? 젠장, 그렇다고 잠봉은 아니잖아??

 

 

가까운 중국집에 간다. 배달은 싫다.

시켜 먹는 음식은 대부분 맛이 없다. 같은 음식이라면 나오자마자 먹는 것이, 배달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ㄱ. 시간에 따른 온도, 맛의 차이가 발생한다.

ㄴ. 포장용기는 대부분 플라스틱, 스티로폼 또는 종이에 쌓여있다. 1회용품 포장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음식맛을 떨어뜨린다.

ㄷ. 집으로 배달음식을 시키는 일이 내키지 않는다. 과다한 포장지,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 같은 것들.

 

인정한다. 피곤한 스타일이다.

 

 

아무튼.. 걸어서 중국집에 간다. 적당히 가까워서 찾는 가게다.

 

짜장면 한 그릇을 주문한다.

 

주인(겸 주방장) 1인 가게다.

올때마다 홀 서빙하는 사람이 바뀌어 있다.

 

평균적으로 두세 달에 한 번쯤 짜장면이 (집요하게) 생각나는 것 같다. 대략 3개월 만에 다시 찾으면 직원(알바)이 바뀌어 있다.

 

오늘은 20대 여자다. 대학생처럼 보이기도 하고.

 

 

주방에서 뭔가를 지시하는데 목소리가 거칠고 짜증스럽다. 어쩔 수 없이 들린다. 불편하다.

지난번에는 참다못한 어떤 손님이 항의를 했다. '왜 그렇게 화를 내시냐고? 홀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를 닦달하냐고?'

음식 주문을 주인장에게 잘못 전달한 것이 화근이었다. 예를 들면 ‘간짜장 3, 우동1’ 이었는데.. ‘우동3, 간짜장1’과 같이 반대로 전달했다.

 

평소에도 성격이 급하고, 화가 많은 유형인데.. 돌발 이벤트가 발생하면 한바탕 난리가 난다.

 

듣고 있노라면 먹던 짜장면이 목에 걸린 것 같은 심히 불편한 느낌이 든다. 둔감훈련 중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가능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식사를 이어간다.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음식에 집중해 본다.

 

 

지난 3월을 마지막으로 거의 6개월만에 다시 찾았다.

비교적 한가한 시간대의 오늘도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노란 단무지에 초파리가 내려앉는다.

 

 

홀서빙 직원에게 측은지심이 들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으려나. 뭔 핑계를 갖다 붙여서 그만둔다고 이야기를 하려나?

 

 

평범한 짜장면을 빠르게 먹고 가게를 나선다.

 

오늘이 진짜 마지막이다. 올때마다 적응하기 어려운 불쾌한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을 다시 찾을 이유가 없노라 결심한다.

여기 말고 다른 일자리 찾아보라고 말을 건네는 상상을 해본다.

 

가게를 나서며 서빙직원이 내 여동생이거나 딸이라고 생각해 본다.

어떤 세계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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