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책 읽기 2

어떤 사람이 뻔뻔스러운 짓을 저질러서 화가 날 때마다, 그 즉시 "이 세상에 뻔뻔스러운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네 자신에게 자문해 보라.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네가 방금 겪은 그 사람도 이 세상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뻔뻔스러운 사람들 중 한 사람일 뿐이다. 악동이나 사기꾼이나 다른 그 어떤 악을 행하는 자를 보았을 때에도 동일하게 생각하라.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마자, 그런 부류의 사람들 개개인에 대한 너의 태도는 더 너그러워지게 될 것이다. "자연은 그들의 그런 잘못들을 상쇄시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 미덕을 주었을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자연은 어떤 사람이 지닌 냉혹함을 상쇄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는 온유함을 주었고, 어떤 사람의 어떤 악덕을 상쇄시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는 또 다른 미덕을 주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너는 언제든지 잘못된 길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에게 바른 길을 가르쳐 줄 수 있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자신의 참된 목표를 잃고 헤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람으로 인해서 네가 해를 입은 것은 없지 않느냐. 너를 화나게 한 사람들이 한 행위들이 네 마음을 악한 쪽으로 타락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은 너도 알 것이다. 네가 타격이나 해를 입었다면, 그것은 네 마음이 스스로 자초한 것일 뿐이고,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너의 마음에 해를 입힐 수 있는 힘이 없다.

 

무지한 자들이 무지하게 행동하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고 남에게 해를 입힐 수도 없다. 도리어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잘못된 행동을 할것임을 예상하지 못한 네 자신을 탓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은가. 무지한 자들이 그런 식으로 행동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는 능력이 네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그것을 망각한 채, 그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놀라고 화를 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신의를 지키지 않거나 배은망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사람을 비난하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면, 먼저 네 자신을 돌아보라. 그런 사람이 네게 신의를 지킬 것이라고 네가 믿은 것이든, 아니면 그 사람에게 호의를 베푼 너의 행동 자체가 네게 충분한 보상이라고 생각 하지 않고 어떤 보답을 바란 것이든, 분명히 잘못은 네게 있을 것이다.

네가 어떤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었다면, 왜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무슨 보답을 바라는 것인가. 너의 본성을 따라 행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도 않고 만족이 되지도 않는다는 것인가. 그런 경우에 보답을 바라는 것은 눈이 네게 보게 해 주는 것에 대해 보상을 바라고, 발이 네게 걷게 해 주는 것에 대해 보상을 바라는 것과 같이 터무니없다. 왜냐하면 눈이나 발은 각기 어떤 특정한 소임을 위해 만들어진 까닭에, 자신에게 주어진 본성에 따라 그 소임을 다할 때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것이듯이, 선행을 베풀어서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은 자신의 본성을 따라 다른 사람들이나 공동체에 유익한 행동을 할 때 이미 보상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