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나이트레이스 후기
7월 29일 토요일
‘2023 나이트레이스 인 부산’에 참가했다.
참가자 약 2만명으로 강알리가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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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에너지가 발산되는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좋았다.
20대 참가자의 비중이 가장 높아 보였다. 20~30대가 체감상 대략 80%이상 되는 듯했다.
활력 넘치는 젊음을 위한 축제라고 해야 하나? 가족단위로 참가한 사람들이나 비교적 나이 많은 이들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대부분 젊은 층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나처럼 홀로 참여한, 비교적 젊지 않은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약간의 소외감, 화려하고 시끄러운 군중 속의 고독.
무탈하게 완주는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행사의 규모나 (집중 휴가철) 피크 시간대, 주말 도심, 핫플레이스에서 많은 것을 희생하며 진행된 행사임을 감안한다면 특별한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지역민의 화합을 도모한다거나, 건강한 달리기를 시민들에게 전파한다거나,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거나, 아니면 2030 부산엑스포의 유치를 기원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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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나이에 맞는 것들이 있다.' '연령대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정해져 있다.'
유독 한국 사회가 나이에 맞는 무언가를 규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태도를 요구한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외국에 나가 그곳의 문화들을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와는 다른 점을 실감하는 부분 중의 하나다. 세대 간의 화합이 어렵다. 보이지 않는 벽으로 나뉘어 있는 것 같다.
어느정도 단절된 분위기와 함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음의 발산, 흥, 왁자지껄, 인싸문화, 인증을 위한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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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대교를 시원하게 달리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한 걸음도 달리지 못했다. 러닝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너무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인증샷을 위해 곳곳에 길을 막고 있는 형태의 진행이라 달린다는 게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다. 중간중간 작심하고 틈새를 달리는 사람도 가끔씩 보였는데.. 아마 전체 참가자의 1%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달리기 힘든 구조였다. 나이트레이스, 나이트러닝이라고 홍보할 것이 아니라 나이트워킹, 나이트스트롤(stroll)이라고 명명하는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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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참가자들은 얼굴과 몸에 패션 타투 등의 스티커를 붙이고 광안대교와 야경을 배경으로 인증샷 찍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았다. 다양한 표정과 자세로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증샷을 가능한 멋지게 SNS에 남겨야 인싸가 되는 그들만의 문화가 부러웠다. 또한 러닝 시작 전 곳곳에서 음악과 음주를 즐기는 참가자들도 볼 수 있었는데 혹시 과음한 사람들의 안전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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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여름 극성수기, 해수욕장 인파 등으로 동네가 번잡했다. 차량통제, 광안대교 통제, 주차전쟁, 화장실 부족 등으로 주변이 더욱 복잡하게 된, 근처에 사는 현지인들은 여름이 반갑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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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비(5만원)가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를 기대했지만 평범하게 달릴 수 없는 조건이었다. 광안대교를 도보로 건넜다는 경험에 만족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밤풍경은 늘 낭만적이다.
개인적인 소감을 요약한다면,
'쭈뼛쭈뼛'
'체증(정체)'
'어리둥절'
'인증샷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