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미넴의 서재

나를 괴롭히는 그 사람은

yeminem 2023. 5. 2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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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겪는 심리적 고통 대부분은 자발적인 것이며 스스로 초래한 고통입니다. 이 진리는 부처님의 무척 위대한 발견 중 하나입니다. 또한 우리가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발달단계인 동시에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고통이기도 합니다. 제가 말하려는 것 또한 결국 이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을 굳게 믿습니다. 우리가 존재하기 버겁고, 어렵고, 복잡하게 하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면의 어딘가에서 우리는 삶의 수많은 고통이 자기 자신의 생각 때문에 발생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의 고통은 대부분 외부의 사건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이는, 즉 우리가 믿거나 믿지 않는 생각 때문에 일어나지요. 우리의 마음. 그곳이야말로 우리의 고통이 움을 틔우는 곳이며 생육하고 번성하는 곳입니다. 우리가 말리지 않는 한 그 생각은 마음껏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을 겁니다.

 

그러나 마음의 고통이 내 안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더라도 아픔이 덜해지진 않습니다. 그 앎 자체로는 조금도 고통을 덜어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 사실을 이해하면 고통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우리에게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믿지 말아야 하는 주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고통이 자기 안에서 출발한다는 통찰력을 갖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머리로는 알아도, 진심으로 받아들이려면 아주 겸손해야 합니다. 고통이 저 자신에게서 출발한다고 받아들여 버리면 이제 상황이나 다른 사람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때 비로소 새로운 질문이 떠오릅니다.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어떤 식으로 다뤄야 괴롭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탓하기를 좋아합니다. 우리 중 많은 이가 이런 생각을 품고 살아가지요. "만일 내 부모님이 다른 분이었다면… 직장 동료들이 그렇게 못되게 굴지만 않았어도… 정치인들만 좀 제대로 했어도… " 그런 굴레에 자꾸만 빠지는 인간의 속성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 자아의 근본적인 속성이거든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죠. 삶이 힘들어지고 심리적 압박을 겪을 때, 남을 손가락질하는 것이 훨씬 편한 데다가 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만 불쾌하고 불편하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자신에게 스스로 물어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나 자신의 고통을 덜기 위해 바로 지금, 바로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지?'

 

세상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합니다. 변화의 방향은 우리가 원하는 것과 대체로 무관합니다. 그러나 세상이, 누군가가 우리 생각대로 바뀌어야만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압박감, 슬픔, 외로움, 불안, 초라한 기분에 시달린다면 보통 기거에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집착하며 좀처럼 놓지 못하는 어떤 '생각'이 불행감을 초래하는 겁니다. 그런 생각은 대체로 그 자체로 보면 꽤 합리적이고 그럴싸합니다. 누군가가 뭘 '했어야 했다' 라는 식이죠. 예컨대 '아빠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요', '엄마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명색이 친구들인데 그런 건 기억했어야 하는 거 아냐?', '자식들이 좀 더 돌봐줬어야지', '상사가 그 정도는 알았어야지', '배우자가 말이나 행동을 다르게 한다면' 하는 식이지요.

 

이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생각은 '내가 그랬어야 했다'라는 생각입니다. 예컨대 '내가 달라졌어야 했는데', '내가 더 현명했어야 했는데', '내가 더 열심히 일했어야 했는데', '더 돈이 많았어야, 더 나았어야, 더 날씬했어야, 더 성숙했어야 했는데'. 이 함정에 빠지면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마구 날뛸 때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먼저 조심스럽게 한 발짝 멀어집니다. 그러고는 말하는 겁니다.

'그래, 알았어.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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